AAW, 제가 처음 구매한 유니버설 이어폰의 제조사입니다. A3H라는 제품으로 금박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던 IEM이었는데 엄청나게 쏘는 고음과 강한 치찰음이 특징이었습니다. 한창 보컬에 미쳐서 "보컬이 안 들리는 이어폰은 필요 없다" 하나만 생각하고 구매했던 제품인 만큼 아쉬운 부분도 정말 많았지만 학생이던 그 당시에 구할 수 있던 최고의 이어폰이었기에 상당히 만족하며 사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 Axh도 구매해서 사용해 보고 Halcyon을 접할 기회도 있어 장기간 청음 해보며 제 음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들일 때마다 제품 구입에 있어 체급을 올리게 만들어준 오랜 추억을 쌓은 브랜드입니다. 그 AAW 사의 제품 중에서 가장 잘 나갔던 제품은 역시 Canary가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은 그 제품의 후속작인 Canary Pro를 소개해 보려 합니다.
제품의 이름 Canary는 우리에게 아주 유명한 새, 카나리아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카나리아는 노래를 매우 잘 부르는 새로 유명한데 구애도 노래로 하고 노래를 알려주는 선배 카나리아와 배우는 후배 카나리아가 있을 정도로 매우 치밀하게, 진심으로 노래에 임하는 새입니다.
조류의 몸 자체도 밝은 노란색이며 주변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한 게 특징인데 그것이 이 카나리의 여러 면과 맞아떨어져 보입니다. 그래서 이 노란 새가 왜 한 문단이나 잡아먹느냐 하면 아래 박스 사진을 보시면 왜 직접적으로 언급이 될만한지 바로 이해하실 겁니다.
제품의 박스부터가 노란 카라니아를 모티브로 하여 디자인되어 있거든요.
이전 작 카나리의 박스는 이런 것보다는 투박한 디자인에 가죽 박스로 들어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는 대놓고 우리 카나리아 화려하죠? 이쁘죠? 하고 이목을 끌게끔 디자인되었습니다.
그래도 결국 속 박스는 속 박스일까요, 내부는 그저 그런 검은색 박스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 눈에 띈 점이라면 인쇄가 레이저 따위로 긁어져 여러 레이어로 쌓여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파우치는 할시온때 보던 파우치처럼 보OOOO타 사의 가죽제품이 생각나는 디자인 그대로입니다.
지갑과 비교했을 때 질감이 모티브가 된 제품 수준으로 좋지는 않지만 매우 부드럽고 충분히 좋은 질감입니다.
케이블은 AAW의 영원한 짝꿍일까요? Null Audio 사의 케이블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예전부터 AAW는 계속해서 Null Audio의 제품을 기본 케이블로 증정해 주고 있는데 이번 카나리 프로의 가격을 생각하면 조금 더 케이블의 급을 올려도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충분히 좋은 케이블이고 동봉될 케이블을 선정하는 과정에는 여러 어른의 사정이 얽혀있겠지만 최근 정말 많은 브랜드의 제품에 기본적으로 포함되고 있는 엄청난 수준의 케이블들에 비하면 분명 아쉬운 점이라고 보입니다
역시 하이엔드 IEM답게 4.4mm 밸런스드 잭을 기본으로 탑재한 케이블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카나리 프로는 확실히 파워를 어느 정도 줄 수 있는 기기에 물려줘야 제대로 사운드가 나는만큼 손쉬운 볼륨 확보를 위해서는 밸런스드가 좋은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어폰 단자는 아직 2-Pin이 주류죠. 이제 펜타콘같은 새로운 연결 방식도 조금씩 조명을 받고 있지만 커스텀 케이블을 모든 종류의 커넥터마다 보유하기에는 실질적인 문제가 있기에 Con-X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은 2-Pin이 가장 반가운 것 같습니다.
속이 잘 보이는 김에 이야기를 해보자면 카나리 프로는 2개의 Isobaric 드라이버, 8개의 BA, 4개의 EST 드라이버로 구성되어 5-Way Crossover 형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전작인 카나리에 비해 드라이버가 한 쪽당 6개씩 늘어났는데 이는 사운드의 더 정밀한 분할과 제어가 가능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카나리 프로의 사운드는 플레이트 디자인처럼 화려함이 두 모습으로 나누어서 볼 수 있습니다.
[맑은 노래를 들려주는 카라니아], [엄청나게 넓은 하늘]
많이 추상적이지만 직접 들어보시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적당히 맺혀가는 이미지가 분명 비슷하리라 생각되는데요 분석적으로 접근하자면 [중고음역대가 상당히 잘 빠져있는], [초고역대 특유의 엄청난 맑음] 두 가지입니다.
AAW라는 브랜드가 한때 강한 호불호를 자랑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치찰음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강하게 세팅한 "중고음덕에 귀가 매우 피곤하다", "밸런스가 틀어진 사운드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할법한 사운드를 가진 제품이 꽤 있던 덕일 텐데요, 이 부분은 카나리 프로에 와서 많이 고쳐진 것 같습니다.
워낙 AAW가 보컬은 잘 뽑아주는 덕에 저는 매우 애정한 브랜드이지만 치찰음으로 인해 피곤함을 감수해야 했던 부분이 있음은 절대부정하기 어려웠는데 카나리 프로는 한결 쉬운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보컬의 살아있는 듯한 성대의 떨림까지 들리는듯한 느낌은 주면서도 이전처럼 심벌의 챡챡 거리는 치찰음 자체는 억제되어 있습니다.
발키리 Mk2, Ve5처럼 보컬 폰을 사랑하는 저에게 이런 보컬 사운드 튜닝은 언제나 환영이며 숭배해야 할 대상이죠.
EST가 들어간 IEM을 주로 사용해 보지는 않아 더욱 대비가 되는듯한데 [초고음의 영역]이 얼마나 공간감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EST를 들을 때마다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어딘가 분명 아쉬운 부분이 있는 사운드의 나열 속에서 그 이상을 보여주며 뻥 뚫린 느낌을 주는 영역을 추가로 제시합니다. EST를 사용함에 있어 너무 강렬하게 존재감을 뿜어낼 경우에는 엄청나게 날카로운 송곳을 눈에 들이미는 것처럼 너무 부담스럽고 쏘는 느낌이 날 수 있으나 카나리 프로는 앞의 치찰음 조절처럼 엄청나게 잘 조율하여 설정해둔 모습입니다.
주로 FiiO의 K7에 물려 사용하는데, K7이 안 그래도 차갑고 현실적인 느낌의 재생기임을 생각하면 타제품에 물리더라도 강하게 찔러버리는 사운드 같은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카나리의 저음은 굉장히 특이합니다. 평범한 DD가 아닌 Isobaric 드라이버를 채용해서 일까요? 아니면 서로 마주 보고 작동하는 설계 구조 때문일까요? 저음의 양감은 엄청나지만 저음 자체의 단단함은 대리석을 기대한다면 나무판자 정도의 단단함입니다.
엄청나게 딱딱 끊어지는 저음은 아니지만 일부러 이런 부드러운 사운드를 연출한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그저 강력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저음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면 간단하게 DD를 잘 배치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니까요. 이러한 튜닝에서 맞바꿔 얻을 수 있는 건 상당한 수준의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입니다.
8BA, 4EST로 구성된 중~초고음역대의 장렬한 노래 속에서 2DD까지 엄청나게 강력한 저음 트럭을 몰고 돌진한다면 각 음역대의 자기주장이 너무 강해져서 따로 노는 느낌을 연출할 수 있으니 적당한 조율을 통해 강한 저음의 양을 확보하고 자연스러운 노래에 집중해 보자는 의도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물론 제가 저음에 있어서 매우 높은 수준의 깔끔함과 치고 빠지는 운동 속도에 높은 기준점을 제시하는 편임을 감안하시면 좋을듯합니다.
AAW가 지향하던 선명함과 강렬함을 위해 지나치게 희생했던 피곤한 부분을 더 깎아 표준에 가깝게 만들고 정제하여 만들어낸 제품, 카나리 프로. [초고역대의 광활한 공간감], [필요한 부분만 골라 정제된 중고음역대], [큰 양감과 자연스러운 저음]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있는 AAW가 표현하고 싶은 사운드를 최대한으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번 리뷰부터는 조명도 들이고 배경도 바꿔보고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는데 첫 시도가 카나리 프로여서 이쁘게 잘 잡혀줬네요.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당 원고는 셰에라자드로부터 소정의 고료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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