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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phile

화려한 저승사자 - EMPIRE VALKYRIE MKII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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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셔온 이어폰은 여러 방면에서 대장급을 차지하는 미국의 EMPIRE사 제품입니다. 엠파이어 이어스는 첫 제품들부터 눈여겨보기는 했으나 어릴 적 너무 높은 가격에 놀라 잘 살피지 않던 브랜드입니다.

지금에 와서는 경제관념이 파괴돼서 뭐.. 전에는 위압감이 있어서 잘 안 건드려봤는데 이번에 한번 들어보고 바로 리뷰 제품으로 선정할 정도니 가히 매력 폭발은 최고치였습니다.

 

엠파이어(EMPIRE) 사의 제품은 항상 플래그쉽을 뽑을 때 거론되거나 최상급 기종에 랭크되어 있는데 크게 음악 감상용인 X 라인과 프로페셔널 라인인 EP로 나뉩니다.

발키리는 X라인에서의 초입을 담당하는 라인이지만 엠파이어의 ODIN이 나오기 전 최상급기이던 Legend X의 향기를 좋게 말하면 더 자극적으로 업 시킨 향, 나쁘게 말하면 광란의 향이 난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초입에 매우 잘 자리한 모델이라 보고 있습니다. 언박싱으로 시작합니다.

박스는 약간 쿨톤 느낌의 화이트에 Empire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있습니다. 위에서 보면 박스가 매우 평범해 보이지만 그 속은 매우 단계적인 포장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자석으로 고정된 옆부분을 살짝 들어 올려 펴내면 위와 같이 화장품 보관함처럼 열리게 됩니다. 단이 나뉘어 아래에 드로우 형식으로 또다시 개봉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평범하게 스택 형식으로 단일화할 수 있겠지만 박스 옆에 적힌 "비범한 걸 추구한다" 문구와 같이 음색과 박스까지 남다름을 보여주려 하는 듯합니다.

위를 걷어내고 드로우를 열면 위와 같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름다운 플레이트로 장식된 유닛, 케이블, Thanks Card, 금속 재질의 정교한 CNC 케이스, Final E 팁입니다. 이어 팁마저도 범상치 않은 금속 플레이트에 끼워져 있어 꽤나 놀랐습니다. 대부분 그냥 끼워두거나 밀봉 팩 행인데 정말 하나하나 신경 쓴 모습이죠.

기타 구성품은 융천, 여러 스티커, 퀵 스타트 가이드, 클리너, 팁, 케이스 정도 가 증정됩니다. 유닛과 케이블은 당연히 증정입니다.

엠파이어사의 케이스는 정말 최고급의 느낌이 났습니다. CNC 정밀가공으로 만들어진 금속 케이스는 여닫을 때도 묵직한 금속이 서로 정교하게 맞물려 들어가는 느낌이 정말 최고입니다. 내부는 고무 재질로 유닛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놀란 팁 보관 플레이트. 엠파이어 이어스와 파이널 E팁 로고가 상단에 박혀있는데 금속 플레이트는 브러시 느낌으로 마무리하여 외부 스크레치나 지문 등 유분기에 영향을 덜 받게끔 디자인한 듯합니다. 아무리 만 질 일이 적어도 흠집이 나거나 지문이 남으면 좀 그러니 손이 닿는 부분이면 차라리 위처럼 마감하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본체입니다. 유닛의 플레이트는 Dragon Hide (용의 가죽) 디자인을 채택하였습니다. 발키리의 힘 있고 매우 튀는 사운드를 표현하기에는 보는 각도와 빛에 따라 항상 달라지는 이 플레이트의 디자인이 정말 딱 맞아떨어지는 듯합니다.

케이블은 UPOCC 동/실버 리츠 소재를 채택한 AH4 케이블을 사용하는데 커넥터 부분의 로고를 보면 이펙트 오디오에 제작을 의뢰한 듯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Empire 사의 로고를 CNC로 가공한 스플리터 부분인데 저부분이 정말 아름답게 잘 가공되어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운드에 관해 작성해 보겠습니다. 발키리의 사운드는 엄청나게 좋은 작업용 모니터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정말 훌륭한 성능을 지닌 기기지만 그 성능을 재미를 위해 쏟아버린 느낌입니다. 

딱 위의 그림 느낌이 아닐까 합니다. V자 베이스에 저음역대를 W9+ 우퍼를 통해 탄탄한 베이스를 다지고 중고역대부터는 EST와 고역 드라이버를 이용해서 끝없이 끌어올리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V자 중에서도 극 V 지만 미드레인지를 제외하면 전부 퀄리티와 양을 잡은 상태라서 딱히 느껴지는 사운드가 없습니다.

발키리의 저음은 매우 독특합니다. 심연부터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저음의 힘이 존재합니다. 이어폰에 우퍼라는 존재가 들어가서 그런지 매우 강력한 저음이 속부터 긁어오며 귀를 자극합니다.

 

이어폰에서는 아직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저음의 힘인데 엠파이어가 내놓은 W9라는 친구가 참.. 대단해 보입니다. 정말 이어폰에서 이압을 건드는 수준으로 엄청나게 두두두둥 울려주는 미친 우퍼를 가진 브랜드는 엠파이어가 유일할 겁니다.

 

특히 가장 놀라운 부분은 이렇게 긁는 저음이 다른 사운드를 묻어버린 상태로 달려 나오지 않습니다. 언제나 중심은 고음이라며 뒤에서 열정적으로 서포트하는 모습입니다. 밴드 연주에서 베이스가 없는 거 같은데 막상 사라지면 느낌이 확 죽어버리는 우퍼 역할을 매우 충실히 다해주고 있습니다. 분명 발키리는 고음이 주 무대라 했는데..?

저음에 이어 가장 눈에 띄는 사운드는 중고역대 ~초고역대 전체입니다. MKI부터 진작에 EST를 탑재한 발키리는 쌍칼을 들고 쫓아 오는 고음을 연상케 합니다. V자 형이지만 V자에서 / 부분을 엄청나게 치켜올린 사운드입니다.

 

지금까지 들어온 그 어느 이어폰보다 고역 부분 전체를 가장 잘 높여둔 제품이라 생각됩니다. 미드레인지 자체는 모기처럼 작아져있지만 그 이후부터는 엄청난 힘으로 뛰어난 고음을 자랑하는지라 초 고순도의 사운드를 재생하는 느낌인데 아마 EST가 100kHz까지 재생해 내는 힘이 대단한 듯합니다.

 

물론 이 엄청나게 자극적인 고음이 호불호가 갈릴 영역을 만들어낸다 생각합니다. 저처럼 고음을 사랑해서 고순도의 깔끔한 고음이라면 강해도 좋아~ 하는 사용자라면 발키리를 들이고서 저음의 소스에 만족하며 즐기겠지만 자극적인 고음이 귀를 아프게 한다 느끼는 편이라면 미드레인지 마저 안 보이는 조금 아쉬운 경험이 될듯합니다.

발키리의 또 다른 사운드 특색이라면 정말 특이한 공간 구성입니다. 극초 저역, 극초 고역이 전부 강조되어 훌륭한 사운드 공간을 만들어내는 발키리는 정말 듣지 못하던 영역까지 분리하여 사운드를 듣게 하는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평소에는 보컬과 메인 멜로디에 가려져 잘 들리지 않던 뒤의 은은한 오르간 사운드, 물 흐르는듯한 자연음까지 전부 하나하나가 귀에서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전달해주었습니다. 평소에도 정말 자주 듣는 노래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새로운 모습과 소리를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는 리시버들은 정말 음감에서 즐거운 경험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발키리는 그 리시버들 중에서 가장 높은 완성도로 위쪽에 자리시켜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발키리는 정말 뛰어난 특색을 가진 리시버입니다. 음감을 하다 보면 저 다른 세상의 공간을 열어 모든 소리를 듣게 해주는 신비함을 제공한달까요? 이어폰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땅부터 긁어 오는 저음과 끝이 보이지 않는 마치 AKG K7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고음. 기본의 안정적임에서 살짝살짝 튜닝하여 입맛을 바꾸던 리시버들과는 아예 다른 길을 걸어 자신만의 공간과 색을 만들어낸 리시버는 발키리 MKII가 제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으로 깊게 청음 해본 엠파이어 제품이 발키리라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발키리 보다 뛰어난 상위 제품들을 먼저 청음 했다면 아랫 라인업은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을 테니 이런 즐거움을 발견하기도 어려웠을 거라 생각되네요.

 

오래간만에 정석에서 벗어난 정제된 극한의 재미를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뛰어난 두뇌를 가졌으면서 재미를 추구한다. 그것이 발키리입니다.

본 리뷰 글은 Schezade로부터 제품을 대여받아, 소정의 원고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글 내용은 필자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받은 상태에서 간섭 없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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